
달팽이는 풀잎도 열매도 갉아먹는 해충('충'이 맞나요?)이라고 하네요. 지렁이는 지력을 높여주는 익충이지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동네엔 지렁이도 많고 달팽이도 많아요. 신기한게 길 이쪽에는 지렁이가, 저쪽에는 달팽이가 주로 있어요. 뭔일이랴...
지렁이, 달팽이를 보면서 제가 얼마나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나 다시 생각해 봤어요. 한국 있을 때는 분리수거도 철저히 (해야) 했고, 일회용 봉투도 돈 주고 사야 해서 (안타깝게도 그 제도는 이제 없어졌죠. - -;) 정신 차리고 시장 주머니도 잘 챙겨 다니고 했었어요. 그런데 미국 오니까 분리수거는 국 끓여 먹었고 넘쳐나는 일회용에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화도 났지만 이젠 무감각해져서 겁없이 마구 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동안 내내 하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장바구니 만들기에 돌입했어요. 장바구니 만들려고 톡톡하고 가벼운 옷감들을 사 둔 것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secondhand shop에서요. 잠시 딴소리. 이 나라 비닐 봉투는 어쩜 이렇게 약해요. 우유 두 팩만 넣어도 툭 터지고, 오이 넣으면 푹 뚫고 나오고... 종이 봉투도 그래요. 반드시 손잡이 두 개를 함께 잡고 위로 들어 올려야 하고 하나만 잡고 들어 올리면 툭 떨어지고... 이러니 더블 백 해주잖아요. 그러니 쓰레기는 두 배가 되고... 투덜 투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래서! 드디어 만들었어요. Go Green Go 시장 주머니.
일단 너무 크지 않게 만들었어요. 크기가 트레이더 조스 종이봉투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실은 그것 보다 더 작게 만들 셈이었는데 (제가 한번에 들어 옮길 수 있는 만큼의 크기로요.) 하다보니 좀 커졌어요. 이유는... 자투리 천 안 남기려고 있는 옷감 다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 -;
만드는 방법은 첫 컬럼에 올렸던 무지개 tote와 같은데 그것과 다른 점은 안에 속주머니를 달았구요, 옆선을 밖아서 접으면 납작해질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오른쪽 청록색 주머니는 왼쪽 브라운 주머니랑 크기를 똑같이 했더니 여분의 천이 생겨셔 그걸로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큰 주머니를 접어 넣을 수 있도록 했어요.
몸체 만드는 방법은 무지개 tote와 같으니 그걸 참고해 주시고, 여기서는 속주머니, 옆선 밖기, 작은 주머니 만들기만 설명 드릴게요.

속주머니 먼저 갑니다. 차 열쇠나 지갑 정도 들어갈 크기예요. 일단 대충 접어서 왼쪽 사진 처럼 모양을 잡아 봤어요. 뒷쪽 긴 부분은 가방 몸체 입구 부분에 들어갈 거니까 단 처리를 안해주셔도 되고, 앞쪽 짧은 부분은 주머니 입구가 되니까 오른쪽처럼 접어 박아서 단처리를 했어요. 두번 접어서 들들들...

저기까지 해놓고는 너무 졸려서 그만 잤네요. 여기부터는 다음날 오전에 한 거예요. 그래서 사진 색깔이 이렇게 달라요. ^^;
속주머니 옆선도 통솔로 박았어요. 저는 무조건 통솔이에요. 간단하고 튼튼하고... 그런데 이렇게 해 놓고 나니 윗부분에 시접 처리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지그재그로 밖아 버렸어요. 뜯어서 다시 하나 어쩌나 고민 하다가 구.차.나.서. 에라, 기냥 간다... ^^;;;

그 다음엔 손잡이. 이번에는 지난번 처럼 뒤집지 않고 그냥 접어서 박아 봤어요. 그랬더니 쉽네요. 다만 삐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번거롭지만 접어서 다리미질을 좀 했어요. 오른쪽이 근접 촬영. 보이시죠? 윗부분에 놓은 것이 접어 다린 것, 아랫부분은 아직 작업하기 전.
총 네 번 박았어요. 역시 이것도 무지개 tote 참고해 주시고...

이번엔 몸체 바닥 부분인데요. 저는 왼쪽 사진처럼 저렇게 두꺼운 종이를 잘라 놓고 바닥 귀퉁이 박을 때 써요. 예전엔 자로 재고 어쩌고 했는데 정확하게 안되고 비뚤어지고 해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몸체를 줄 맞춰서 잘 접으시고 삼각형 종이 대고 죽~ 그어 박으시면 오른쪽 처럼 끝이에요. 간단하죠. ^^
다만 박으실 때 시접을 같은 방향으로 눕혀 주세요. 안그러면 완성된 후에 삐뚤삐뚤해져요.

자, 그럼 몸체에 속주머니와 손잡이를 달아 볼까요?
왼쪽처럼 몸체 입구를 두 번 접어서 박을 부분을 자리 잡아 주시고 거기에 손잡이랑 속주머니를 끼워 넣어 주시면 돼요. 자리 잡으신 후에는 시침바늘로 일단 고정하시고 균형이 잡혔나를 봐 주세요. 오른쪽 사진처럼요. 허, 그 녀석 한번 잘 생겼다. ^^
자리가 잡혔으면 들들들들 박아 주세요. 두 줄을 박는데요. (아래 왼쪽 사진 보세요.) 저는 아래를 먼저 박고 난 후에 위를 박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리... - -;

그리고 옆선을 박습니다. 이 과정은 생략하셔도 상관 없어요. 그런데 한번 더 손이 가니까 물건이 더 얌전해지고, 접었을 때 납작해져서 예쁘더라구요.
박으시는 방법은... 바닥에 삼각형으로 박은 부분 있었죠. 거기에서 수직으로 위로 올라오면서 접어서 박으시면 돼요. 종이 봉투를 상상해 보세요. 얘네들은 옆선이 접혀 있어서 접으면 납작해지잖아요. 그것처럼 하는 거예요.
바닥 삼각형 부분에 오셨을 때는 위 오른쪽 사진처럼 바늘이 꼭지점 부분에 오면 노루발을 들고 가방을 90도로 돌려 주신 후에 노루발을 다시 내리고 죽~ 박아 주세요. 처음엔 고민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완성~ ^^
그러고보니 제가 체크 무늬를 많이 쓰더라구요. 일단 제가 촌스러워서 꽃무늬는 소화를 잘 못시키구요. ^^; 체크 무늬는 줄만 잘 맞춰주면 엉성한 바느질 솜씨가 거의 커버돼서 좋아요. 히히... 말하자면 트릭이에요.

이번엔 청록색 가방에 딸린 겉주머니를 만들어 볼까요.
왼쪽이 마름질 한 거구요, 이걸 대충 접어서 오른쪽처럼 모양을 잡아 봤어요. 만드는 순서는 큰 가방과 같아요. 몸체 옆선 통솔로 박아 주시고, 손잡이 박아 주시고 (얘는 작아서 가장자리 두 줄만 박았어요), 손잡이를 몸체에 붙여서 두 줄 박아 주시고... 얘도 큰 가방처럼 옆선 다시 박아서 줄 세워 주고...

그래서 이렇게 큰 가방과 겉 주머니에 들어간 큰 가방 증명 사진 보여 드려요.

이렇게 총 네 개 나왔어요. 아아~ 뿌듯해라~~~
이번엔 누구 안 집어 주고 꼭 내가 써야지...했으나... 끄응... 벌써 저 청록색 가방 하나는 다른 사람 집어 주고 세 개 남았네요. - -; 브라운 가방은 잘 쓰고 있어요. 그로서리 스토어 가면 '고 그린 어쩌구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도 받아요. 청록색 가방은 아직 개시 안했는데 아무래도 또 누구 집어줄 것 같아요. 다음에 한국에 뭐 보낼 때 엄마한테 보낼까...싶기도 하고요.
엄마...하는데 어라.. 왜 이렇게 뭉클하죠? 어제도 스카이프로 얼굴 보고 한시간 반이나 수다 떨었는데... ^.T 아마 엄마라는 이름은 애정과 애증과 그리움과 귀찮음과 등등의 모든 감성을 다 담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멀리 있는 딸내미 걱정 안시키시려고 감기 걸렸을 땐 이메일만 보내시고, 건강할 때만 스카이프 하시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
에... 엄마 얘기 그만해야겠어요. 눈물이 자꾸...
요 한말씀은 드리고 맺을랍니다. 우리 아내들, 엄마들께 무조건 화이팅!!이란 말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