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캘리에 비가 무지하게 왔네요. 한때는 천둥번개 치고 변화무쌍하던 한국 날씨가 그립기도 했는데 이렇게 몇 주 째 비가 오니 이거 참 곤란하다...싶어요. 그동안 너무 좋은 캘리 날씨에 spoiled 됐나 봐요. 어느날 장 보고 나오니 잠시 비가 그치고 희미하게 무지개가 떠서 반가운 마음에 핸폰으로 얼른 찍었어요. 보이시나요?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

요즘 경제적으로 힘드신 분들 많이 계신데 날씨까지 이러니... 이거야 원... - -; 제 친구 하나도 무지하게 힘들어 하고 있어요. 딸 하나 쌍동이 아들 둘을 둔 싱글맘인데 취직마저 안돼서 완전 넉다운이에요. 레이 오프 된 직후 마당에 토마토, 애호박 등 각종 야채를 심고 아이들과 같이 키우면서 지혜롭게 이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있어요. 이 가방을 만들면서 내내 그 친구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가방 주인이 되려나봐요.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 빛깔 가방을 보면 힘이 좀 날까요? ^^

이런 날씨 때문이었겠죠. 평소엔 우중충(?)한, 때 안타는 색깔 옷감만 눈에 띄는데 오랜만에 요 알록달록한 옷감이 눈에 쏙~ 들어왔어요. 밑에 있는 청록색 체크무늬 옷감도 얼른 집었네요. 장 보러 갈 때 사용할 가방을 좀 만들어 두려고요. 이 나라 비닐봉투는 어찌나 연약하신지 우유 두 팩 넣으면 퍽!~ 하고 생을 마감하더라구요. - -; 둘 다 제가 좋아하는 100% 면에다가 두께도 톡톡하고 크기도 제법 커서 큼직한 토드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으응? '크기도 제법 커서'라니...? 이렇게 말씀 드리는 데에 다 이유가 있답니다. 제가 옷감을 사는 곳은 그 유명한 마이클스나 조앤이 아니라 Happy Dragon이라고 하는 아.주. 아.주. 작은 secondhand shop이에요.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날의 운에 달렸지만, 대신 가격이 무지하게 저렴하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어요. 웬만한 옷감은 2불 미만인데 큰 가방 네 개 쯤 만들 수 있어요. 게다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도 있구요. 이곳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릴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이 무지개 옷감을 이리 저리 접어보니 큼직한 tote가 두 개 나오더라구요. 저는 자투리 천 남는 것이 싫어서 가능하면 사온 옷감을 다 이용하도록 노력을 해요. 그러니 가끔은 옷감 크기에 가방 크기가 결정된다는... ㅋ 그래서 크기가 몸체 가로 20”, 세로 48”, 손잡이 너비 3.5”, 길이 24.5”. 시접 포함된 크기예요.
위 사진에서 큰 부분이 몸체가 될 거구요, 작은 부분 두 개는 손잡이가 될 거예요. 제가 만드는 tote는 바닥에 연결 부분이 없어요. 그래야 힘을 받아도 튼튼하거든요. 그리고 솔기는 통솔로 만들어요. 역시 가름솔 보다는 튼튼하고, 오버록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서요.
바느질하는 순서를 말씀드리면...
1. 몸체부터 시작합니다.

옷감의 겉이 밖으로 나오게, 즉 가방이 완성되었을 때 밖으로 나오는 부분이 밖으로 나오도록 반으로 접고 양 옆을 밖아요. 이때 시접은 0.8cm쯤. 뒤집어서 안이 밖으로 나오도록 하시고 이번에는 시접이1cm쯤 되도록 간격을 두고 죽~ 밖아 주세요. 그러면 처음에 밖았던 시접 부분이 안으로 감싸지면서 통솔이 돼요.

바닥에 넓이를 좀 주셔야 물건을 넣었을 때 안정감이 있어요. 바닥쪽 옆선 끝을 마주대고 몸체를 왼쪽 사진처럼 접어 주시고 제일 윗부분을 삼각형 모양으로 밖아 주세요. 오른쪽 사진에 보시면 누리끼리한 삼각형이 다 쓴 노트 뒷장을 썩뚝 잘라 제 맘대로 만든 본이에요. 아래 가장 긴 면이 가방 바닥 너비가 된답니다. 요건 5인치짜리구요, 가방이 작으면 바닥 너비도 좀 좁아져야 하니까 3인치짜리도 하나 만들어 두시면 편해요. 본을 대고 연필 자국 슥~ 내셔서 죽~ 밖으면 끝이에요.
이렇게 해서 자루^^;가 완성되면 잠시 옆으로 밀어 놓으세요.
2. 이제는 손잡이를 만들 거예요.

길게 자른 옷감을 겉을 마주 대고 세로로 길게 접은 후 시접을 역시 0.8cm쯤 남기고 죽~ 밖아 주세요. 여기서 팁 하나. 재봉틀을 사용할 때는 잘라 버리는 실이 제법 많은데요. 저는 그것도 아까워서 ^^; 하나 밖은 후 자르지 않고 위 오른쪽 사진처럼 이렇게 바로 연결해서 밖아요. 그러면 버리는 실도 줄고 가위질 한번 덜 하니까 일하는 속도도 빨라져요.

자, 이제는 밖은 손잡이를 뒤집을 차례입니다. 시접에 옷핀을 하나 꽂으시고 가운데를 통과해서 죽~ 빼내시면 돼요. 말은 쉬운데 이게 제일 난코스예요. - -; 그냥 접어서도 밖아 봤지만 삐뚤빼뚤해 지더라구요.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저는 이 방법 밖에 몰라서... 혹시 아시면 팁 좀 주세요. ^^

뒤집은 후에는 왼쪽 사진처럼 두 줄 두 줄씩 밖아 주세요. 이렇게 하면 여러 겹이 서로 붙어서 튼튼해지고 사용할 때 쭈글쭈글해지지도 않아요. 이렇게 해서 손잡이 두 개 완성. ^^
3. 이제는 몸체와 손잡이만 붙이면 되겠죠.

먼저 손잡이 달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요. 저는 보통 몸체 입구를 4등분(사진에서 빨간 표시)하고 그 중간 부분 안쪽에 손잡이를 달아요. 그렇지만 몸체의 모양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딱, 여기다!라고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네요. 그러니 대충 자리를 잡아 보시고 보기에 예쁘다, 균형이 맞는다 생각하시는 곳에 달아 주세요.

몸체를 겉면이 겉으로 가도록 바로 잡으신 후에 입구 부분을 두 번 접어 주세요. 접는 너비는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는데, 저는 큰 가방일 경우엔 좀 많이 접어줘요. 그래야 손잡이를 붙인 후에 힘을 받아도 좋거든요. 접으신 후 왼쪽 사진처럼 손잡이를 끼워 넣고 밖아 주시면 오른쪽 사진처럼 일단 완성이 됩니다. 끼워 넣는 부분은 최소한 1cm는 돼야 해요. 왜냐. 튼튼하라고요. ^^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손잡이가 안쪽 단에만 붙어있고 윗쪽에는 붙어있지 않죠. 입구 윗부분을 한번 더 밖아주셔야 해요. 깜박하고 사진을 안찍었어요. - -;;; 아래 사진에서 보시면 몸체 입구 부분에 위 아래로 밖은 게 보이시죠? 저렇게 눌러 밖으시라는 말씀이었어요. ^^;

자, 이제 고지가 눈 앞에 보이네요. 위 아래로 눌러 밖은 후에도 아직 손잡이가 붕~ 떠있는 상태인데요. 요걸 네모 대각선으로 돌려서 한번 더 밖아 주시면 완성이 되겠습니다.
근데 만들고 보니 너무 밋밋하고 허전해서 겉에 작은 주머니를 하나 달아 줬어요. 오른쪽 사진처럼 무늬를 맞추고 시침질을 해서 자리를 정하고는 재봉틀로 들들들~~~

그래서 이렇게 큼직한 가방이 하나 나왔어요. 완성된 후 크기가 가로 18.5”, 세로 (옆선) 18”, 가운데 높이는 20.5”, 손잡이 길이 19.5”, 손잡이 너비 1.5”입니다.
처음에는 리본만 덜렁 묶었더니 선물이라고 하기엔 좀 너무 허전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름을 색종이에 프린트 해서 오려냈어요. 그랬더니 뭐 여전히 썰렁하지만 그래도 좀 났다 싶어요. ^^;
만들고 보니 손잡이도 좀 넓었으면 좋았을 걸...싶고 가방도 훌쭉하니 길고 좀 그렇네요. 다행히 제 친구가 키가 크고 늘씬~하니까 그녀가 메면 균형이 맞을 것 같아요. 좋아해야 할텐데요... (소심 소심.. - -;)
이렇게 해서 꿈 꾸는 그녀를 위한 Rainbow Tote가 완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