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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레서피를 모아서 핸드메이드 책을 만들었어요.
15-02-21 20:18 조회수 | 1,168
제가 결혼한 지 6년이 되었어요. 학교랑 회사만 다닐 줄 알았지 부엌일은 엄마가 부탁하시면 정말 마지못해 큰 선심이나 쓰는 듯이 이 위대한 내가 한번 해드리지 하던 매우 불량한 딸이었어요. 그러다가 결혼을 했는데 얼레... 남편 식성이 완전 신기한 식성인 거예요. 

대충 (할 줄은 모르지만 먹어 본 가락은 있는) 순두부 찌개나 된장찌개 끓여 주면 있는 반찬에 김치해서 한끼 먹어줬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는데 식성이 순식간에 일품요리 하나 만들어서 다 먹고 끝내는 스탈인거 있죠. 이건 뭥미... - -; 가령 야채들을 휘릭 볶아서 밥 하나 놓고 먹으면 되긴 하는 건데 이런 식의 식단이 만들기는 간단하지만 문제는 매끼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ㅜ.ㅜ 나 손 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귀한 딸이란 말이에요.

어째요.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 했던가요. 나름 노력하여 이제는 남편과 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메뉴들을 많이 찾았는데 문제는 몸으로 배운 게 아니라 머리와 눈으로만 배운 거라 한번 해 먹고 나면 그걸로 끝인 거예요. 다음에 또 해 먹으려면 또 레서피를 찾아야 하더라구요. 그게 넘 귀찮아서 원하는 레서피들을 찾고 해 먹어 봤다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버리고 마음에 드는 건 입맛에 맞게 고쳐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6년만에 142개가 모였어요. 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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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동네에 핸드 메이드 북 바인딩하는 친구가 있어서, 게다가 흔쾌히 도와 주겠다고 해서 그동안 모은 레서피들을 이렇게 두 권의 책으로 묶었어요.

핸드 메이드 북 바인딩이 얼마나 공이 많이 들어 가던지요. 한번에 2시간 반 씩 네 번 만나서 겨우 완성을 했으니 10시간이 걸린 거잖아요. 이 친구는 맘도 좋지 시간에 재료에 정말 물심양면으로 저를 적극 지원해 줬어요. 이 은혜를 어찌 갚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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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 요리법, 그리고..." ^^
먹고 사는 일이 힘겹기도 하지만 조물조물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보면 그게 또 기쁨이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구요. 각 음식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추가했기 때문에 요리법 뿐 아니라 뭔가 더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를 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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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후루룩 넘기면 레서피들과 사진들이 나옵니다. 책과 인터넷에서 긁어 모은 레서피들을 제가 요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쳤기 때문에 거의 모든 레서피에 원작자가 따로 있어요. 그러니 이걸 정식으로 책으로 낼 수는 없을 것 같구요. 그렇지만 142개의 레서피 중에 제가 직접 만들어 보지 않은 레서피는 단 하나도 없고 모든 사진은 다 제 손으로 찍었다는 것은 자랑할만 한 것 같아요. 참 열심히도 만들어 먹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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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 공정이에요. 풀칠을 해서 커버를 만든 후에 이렇게 무거운 걸로 눌러서 하루가 지나야 한대요. 그런데 그냥 눌러만 놓으면 또 안되고 가끔 열어서 풀이 새 나온 데는 없나, 서로 들러 붙은 데가 있으면 완전히 붙어 버리기 전에 떼 줘야 하고 커버가 휘지는 않았나 검사도 해 줘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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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드디어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단계. 꼭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기분이더라구요. 다 익었나, 색깔은 잘 나왔나, 맛은 어떨까...하는 마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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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빨간 것은 제 소장용이구요. 오른쪽 금색 표지는 엄마한테 갈 책이에요. 이렇게 딱 두 권만 만들었어요. 남들한테 돌리기엔 넘 챙피하니 집안에서만, 그중에서도 제일 가까운 사람한테만 돌리자 싶어서요. 헤...

재밌는 건요. 저 금색 종이를 사 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저 패턴 이름이 "할머니의 벽지"인거 있죠. ㅋㅋㅋ 엄마, 미안~ ^^;

커다란 숙제를 하나 마치고 시원섭섭한 기분이에요. 그러면서 second edition은 어떻게 할까, 이걸 번역을 해 볼까 뭐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어요. 하하... 참 뿌듯하네요. ^_^
추천 23 비추천 0
댓글목록 [12] 댓글보기
  • Yeonhee Kim 15-02-25 12:08
    전 그냥 프린트한 레시피 바인더에 껴놓는 수준인데 정말 대단하세요~!!!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2-27 00:19
    이게 사실 게으름의 소산이에요. ^^; 한번 성공한 거를 기록으로 남겨서 다시 머리 쓰지 않으려는... ㅋㅋㅋ
  • 임 정 15-02-26 10:47
    일상의 생활도 멋스럽게 일구어내시는 혜원님의 지혜에 늘 감동합니다.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2-27 00:20
    아... 이런 댓글은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 놓고 싶어요.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헤...
  • Young Park 15-02-27 00:17
    와우 멋져요. 자신만의 요리책을 갖다니요. @@
    이쁘고 부럽삽니당.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2-27 00:21
    내용은 참 부실하고 창피한데 겉장 덮어 놓고 보면 너무 예뻐서 뿌듯하긴 엄청 뿌듯해요. ^^;
  • 이상원 15-03-01 18:15
    와, 정말 멋진데요.
    논문쓴것처럼 뿌듯하겠어요.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3-02 15:52
    어머.. 안 그래도 엄마가 6년 결혼 생활을 정리한 논문이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학교 선생님을 오래 하셨거든요. 학자 출신이라 논문이라 하신다고 했는데 혹시 상원 님도 교육계에 계신가요? ^^
  • 이상원 댓글의 댓글 15-03-02 16:03
    저는 교육계 있지는 않지만 논문을 쓴적은 있어요. ㅎㅎㅎ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3-02 16:10
    역쉬... ^^
  • Yun Jeong Choi 15-03-16 17:19
    우왕 우왕 우왕~~~ 저는 레서피 바인더에도 제대로 정리가 안되서 막 여기저기 쑤셔넣어져 있는데... 직접 요리도 하시고, 정리도 하시고, 사진도 찍고 책까지.... 그야말로 가보네요 가보... 대단하십니다!!!!!
  • Hyewon Jeon 댓글의 댓글 15-03-16 17:46
    쑥스럽... ^^;;;
    정말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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