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낯익은 pot holder다 생각하실 분들 계실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남편 청바지로 만들었던 저렴 버전 pot holder예요. 남들은 유행이라고 일부러도 찢어 입는데 청바지가 낡아 찢어진 걸 그대로 입고 다니는 걸 볼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하루 날 잡아 Savers 끌고 가서 네 개 왕창 사주고 (사실 돈은 남편이 냈어요. ㅋ) 그날로 찢어진 청바지는 빼앗아서 솔기 따라 좍좍 잘라버렸어요. 다시 입겠다는 말 못하게요. 그 때 그 이야기 보실 분은 여기로... '남편의 찢어진 청바지로 만든 pot holder' ▷
얘가 가로 세로 한 8.5"쯤 되는데 만들다 보니 12개가 나왔어요. (네, 남편이 좀 커요. ^^;) 그래서 일단 집에서 두 개 쓰고, 시누, 친구, 어머니 친구분 등등 이리저리 나눠주고 나니 남은 게 없네요. ㅋ

너무 집어줬나, 다음엔 좀 남겨 둬야지...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두둥~ 우편함에 이렇게 고운 카드가 배달돼 왔지 뭐예요. Pot holder 드렸던 어머니 친구분이 보내주신 거였어요. (필기체가 하도 날라다녀서 남편 불러 겨우 읽었다는.. - -;) 내용인즉슨, lovely surprise 였고, 당신 부엌이랑 잘 어울리는 색깔이라 더 좋고, how thoughtful you are 등등 온갖 좋은 얘긴 다 있더라구요. 좋아하셔서 덕분에 저도 기분 좋아서 ^________________^ 이렇게 됐어요.
이거저거 만들다 보니 이게 만드는 재미도 재미지만 이렇게 집어주는 재미가 더 좋아요. 기술이 미천하여 - -; 어려운 건 못하고, 가슴이 새가슴이라 - -; 비싸고 좋은 재료도 못 사고 그저 집에 있는 거, 낡은 거 등등 끌어 모아다가 이렇게 장난처럼 하고 있는데 그에 반해 저에게 돌아오는 기쁨은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자꾸 만들고, 자꾸 집어주고... 하루는 남편한테 '살림 퍼 내는 재미로 산다. 나쁜 아내다'했더니 '퍼 낸 거 몇 배로 되돌아 온다. 걱정 마라'하네요. 부부가 이렇게 짝짜꿍이 맞아 살아요. ^^;
자... 그럼 이제 함 만들어 볼까요?

필요한 재료는 겉감 두 장, 안에 댈 도톰한 옷감 한 장, 그리고 바이어스예요. 겉감으로는 청바지 자른 것과 얄랑꼴리 (앗! 어디서 많이 봤던 옷감?! ^^) 한 장 씩, 그리고 사이에는 아무리 빨아도 구질구질한 타월을 넣었어요.
옷감은 그야말로 아.무.거.나. 가지고 만드셔도 되는데, 1. 불 옆에서 사용할 거니까 불이 활활 붙는 소재는 곤란하겠죠. 2. 빨래하고 나서 옷감끼리 서로 늘고 주는 정도가 다르면 예쁘게 만들었다가 우글우글해질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같은 소재로 통일. 3. 전 여러 번 빨래한 옷감으로 만들어서 걱정 안했지만 혹시 새 옷감 사서 만드실 분들은 물 빠지는지도 확인해 보시구요. 요 세 가지만 고려하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있...나요? 있으면 댓글 적극 환영합니다. ^^)
위 세 장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세요. 8.5"는 사실 좀 큰 것 같아요. 반으로 접어 써야할 때는 좋지만요. 그렇지만 자투리 잘라 버리기 싫어서 그냥 다 썼어요. 자투리도 모이기 시작하면 저 같이 하나도 못 버리는 사람한테는 골치거든요. 맘 먹고 버리는 날도 있긴 한테 조각이지만 너무 아까워요. 이렇게 맘고생 하느니 옷감에 맞춰 좀 크게 또는 작게 만들어 쓰고 있어요. ^^;

청바지와 타월을 맞붙여서 집게로 움직이지 않게 집었어요. 그리고는 재봉틀로 들들들들... 오른쪽 사진이 완성된 모습. 보시면 옷감 두 장 크기가 달라요. 사실 아주 정확하게 자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게을러서.. - -; 혹은 대범해서.. ^^;), 밖다 보면 타월이 푹신해서 죽~~~ 밀리면서 어긋나요. 어차피 바이어스 두를 거니까 괜찮지만 너무 차이나는 건 다 밖으신 후에 가위로 샥 잘라 주세요.
위 오른쪽 사진 보시면 사선으로 막 이리저리 밖았는데요. 이게 또 똑같이 밖으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직선도 이렇게 막사선?, 나란히 대각선, 별 (같은 모양) 등으로 응용하고, 찌그러진 달팽이, 맘 가는 대로 굴린 곡선 등등으로 변화를 줬어요. 다만, 두 개가 한 세트니까 한번에 여러 개 만드실 때는 같은 무늬를 짝수로 밖으셔야겠죵. 안그러면 짝짝이 된다는...

이번엔 겉감 나머지 한 장 마저 붙일 차례예요. 왼쪽 사진 보시면 집게로 집은 얄랑꼴리가 있는데요. 그 밑에 요 위에서 밖은 청바지랑 타월이 놓여 있어요. 이렇게 맞붙여 놓고 각진 모서리를 둥글게 굴려서 잘라 주세요. 그리고는 잠시 명상에 잠깁니다. 왜냐!! 어.디.부.터. 밖.을.까.요.를 생각해야 하거든요.
아시다시피 바이어스는 한 번 밖고 뒤집어 감아서 다시 한 번 밖잖아요. 그 두 번째 밖을 때 윗면은 바이어스 위를 밖지만 아랫면에는 아무래도 바이어스 밖으로 실이 나오게 마련이에요. 요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쁘게 하느냐...가 바로 오늘의 고민거립니다.
겉감 두 장을 똑같은 걸 쓰시면 이런 고민 안해도 되는데 다른 걸 쓰시면 머리가 좀 아파요. 오른쪽 사진 잠시 보세요. 바이어스가 파란색, 청바지도 파란색이어서 실을 파란색을 썼어요. 그런데 왼쪽 얄랑꼴리는 여러가지 색이죠. 게다가 색이 옅어요. 그래서 파란색 실로 밖은 것이 너무 드러나면 예쁘지가 않겠죠. 뭔 소리냐. 명상 그따구 귀찮다 그냥 밖자...하면 어떻게 되냐믄요...

요렇게 돼요. 왼쪽 보시면 꽃무늬 옷감인데 퍼런 실로 바이어스 따라 드륵 밖은 거 보이시죠. 오른쪽은 바이어스 위쪽으로 밖아서 깔끔하고 예쁘잖아요. 바로 이런 실수를 하시게 된다...는 말씀입니다요. 사실 사용하는데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뭐 어때..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소심해서 그런지 이런게 있으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사실 이럴 때, 엄마의 가르침을 따르자면 가차없이 뜯어버리고 다시 해야 하는데 이 때는 으으...구찮아서 그냥 내버려 뒀어요. 귀찮다고 잘못한 거 그대로 두고 완성해 버리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얘가 지금 부엌에서 쓰고 있는 건데요. 실패한 것도 보여 드려야한다는 일념하에 그만 마음이 급하야 빨지도 않고 그냥 가져다가 찍었더니 완전 꾸지지하네요. 연아도 금메달 땄는데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연아가 뭔 상관이냐? 물으신다면... 그냥 웃을래요. ^^;)

자.. 실패를 디딤돌 삼아 성공으로 도약해 볼까요. (올림픽 시즌 너무 타네요. ^^;;;) 바이어스를 처음 대실 때 끝 부분을 1/2"쯤 접어 주세요. 마지막에도 왼쪽 사진처럼 접어서 밖아 주세요. 그래야 뒤집었을 때 오른쪽처럼 옷감 자른 단면이 속으로 들어가요. 안그러면 나중에 올 풀려서 지저분해져요.
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처음에만 접고 나중엔 접지 않아도 되네요. 어차피 속으로 들어가니까요. 이렇게 깨달음 하나 얻고 계속 갑니다. ^^
시접을 원하시는 만큼 남기고 둘레를 돌아가며 주르륵 밖습니다. 직선이야 그냥 밖으심 되구요. 모서리 돌아갈 때만 조심하시면 돼요. 이론상으론 바이어스가 45도니까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그래서 모서리에서 잡아 당기면서 밖으면 된다..고는 하는데 전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주름도 좀 잡히고 그래요. 에.. 이정도는 그냥 애교로 통과. ^^;

한면을 다 밖으셨으면 이제 바이어스를 뒤집어서 시접을 감싸주시고 바이어스 시접 부분 역시 접어 넣으면서 다시 한 번 밖아 주세요. 왼쪽 사진처럼요. 요렇게 밖아주시면 끝이 납니다.
바이어스를 예전엔 사다가 썼는데 이젠 만들어서 써요. 이게 사다 쓰면 제법 비싸거든요. 무난한 색으로 몇 개 만들어서 저렇게 둘둘 감아 놓으면 오래오래 씁니다. 바이어스 만드는 방법은 다음에 자세히 말씀 드릴게요.

자, 그럼 명상을 하고 밖은 모습을 볼까요? 위 실패한 경우와 비교해 보시면요. 왼쪽 얄랑꼴리에는 단정하게 파란 바이어스 부분에만 실이 밖혀 있죠. 오른쪽 청바지 부분에는 바이어스를 따라 드륵 밖은 실이 보이구요. 그렇지만 앞에서 청바지랑 타월이랑 한번 밖아서 이미 실 자국이 있기 때문에, 또 실이랑 청바지랑 모두 파란색이기 때문에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러워요. 크게 눈에 띈다시는 분은... 무지개 안보이시는 분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넵! ^^;;;

그래서 얄랑꼴리 무지개 pot holder가 완성 됐어요. 말씀드렸다시피 두 장이 한 세트. 앞뒤가 다른 색. 모든 소재가 100% 면이라 막 빨아도 문제 없고, 가운데 두툼~~~한 타월이 들어가서 오븐에 넣었던 그릇을 꺼내도 뜨겁지 않아요.
한 귀퉁이에 고리를 달까하고 처음엔 생각했었으나 저희 부엌에선 후드 위에 올려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고리가 필요 없어서 생략했어요. 필요하신 분들은 바이어스를 적당한 길이로 자르시고 길이로 두 번 마주 접으셔서 귀퉁이 밖으실 때 같이 넣어 밖아 주세요. 아주 간단하게 고리를 만드실 수 있어요.
이상 무지개 가방에 이어 무지개 pot holder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