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본의 아니게 배우자 기도를 오~~~래 했어요.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한 적도 있고, 그러다가 좀 지루해진달까요... 뭐 그러면 띄엄띄엄 잊어 버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정신 버쩍! 들어 다시 열심히 시작하기도 하고... 하여간에 이렇게 저렇게해서 좀 오~~~래 ^^ 했어요.
그렇게 오~~~래 기도를 하다 보니까 말이죠. 처음에는 이거 저거 주문사항이 많고 구체적이었는데 갈 수록 점점 내용이 추상적이 되고 이거저거 가지치기를 하고 기도가 짧아지면서 결국 '평생 서로 사랑하고 평생 서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만 남더라구요. 기도 덕이었겠죠. 정말 기도에서 바랬던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지금 잘 살고 있어요. 늦게 만난 만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 서로 다짐을 하면서 말이죠. ㅋㅋㅋ
남편에게서 존경스러운 부분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끝없이 배우려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어요. 좀 주책스럽다 싶기도 하지만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하고, 물어보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고 하거든요. 저는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몰라도 그냥 아는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점은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솔직히 잘 안돼요. 모르는 것은 그냥 모르는 것이지 왜 이걸 나쁜 거, 창피한 거라고 생각하는지 저 자신이 이해가 안되지만 어쩌겠어요.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을... - -;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리하야! 남편이 이번에 또 뭔가를 배우겠다고 컴칼에 등록을 했네요. 근데 이 수업이 토요일 하루 죙일 무려 여.섯.시.간.이나 하는 수업이에요. 콰당!~ 당분간은 금쪽 같은 주말에 독수공방하게 생겼다 이말이죠. ㅠ.ㅜ 게다가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도시락도 싸게 됐어요. 한두번은 그냥 지퍼백에 넣어 보냈는데 이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어요. 거창하게는 환경 오염에 일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고, 솔직하게는 내 남편이 덜렁덜렁 비닐봉지 들고 가는 게 싫더라는... 쿨럭..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여보야, 도시락 싸 놨다. 학교 가라.' 파우치예요. ^^

큰 천에서 잘라내기 아까워 여기저기 뒤져서 요따만한 헝겊이랑 간신히 길이가 맞는 끈을 겨우 찾아 냈어요. 헝겊은 역시 secondhand shop에서 25센트인가 주고 산 거고, 끈은 시어머니한테 물려 받은 바느질 상자에서 찾아 낸 거예요. 근데 이 헝겊이 옆으로 길어서 눈물을 머금고 중간을 썩둑! 잘라서 다시 이어줘야 했어요. 안그러면 식서방향이 반대가 되거든요.
제일 먼저 반으로 잘랐던 천을 길게 붙여서 통솔로 박았구요, 그 다음으로는 사방을 뺑~~~ 돌아가며 지그재그로 박아서 시접처리를 해줬어요. 주머니가 작으니까 그냥 가름솔로 드륵 끝내려고요.
그 다음으로는 입구가 될 부분 양 옆을 접어서 박아줬어요. 맨 위 그림에서 보셨듯이 복주머니처럼 입구 부분에 끈을 끼울 거거든요.

다음으로는 입구 부분을 말아 접어 박아 끈을 끼울 수 있도록 해 놓습니다. 위 왼쪽처럼요.
그 다음에는 옆선을 박아서 주머니를 만들어 주면 끝!~ 이에요. 간단하죠. 이건 뭐 설명이랄 것도 없는... ^^;
그리고 위 오른쪽 사진처럼 끈 끼워 주시구요.

그래서 완성된 모습이에요. 왼쪽이 겉, 오른쪽이 안. 바닥 귀퉁이 양쪽은 삼각형으로 박아 줬어요. 처음엔 그마저 안했는데 그릇을 넣고 보니 바닥 양쪽으로 삐쭉 나온 것이 영 거슬리더라구요.
일주일에 겨우 한번 싸는 도시락인데도 어쩜 이렇게 고민이 되는지요. 다행히 남편이 '치즈, 사과, 빵'이면 충분하다고 해 주는 바람에 좋아하는 종류로 사서 넣어주고, 그 외에 쿠키, 초코렛, 애기 당근, 체리 토마토 등을 번갈아 가며 넣어주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초코렛을 넣어줬는데 다 녹았다더라구요. 날씨가 좀 더웠거든요. - -; 다행히 랩으로 싸서 넣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묻지는 않았지만 그거 먹느라 고생 좀 했대요. 그래서 그냥 버리지 그랬냐고 했더니 '초코렛을 왜 버려. (초코렛 완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 -;) 뒤집어서 핥아 먹었어.'하는데 이 덩치 큰 아저씨가 그러고 있었을 것을 상상을 하니... 음...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네요. ^^;
이 자리를 빌어 매일매일 도시락 싸시는 지구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존경의 하트를 뿅뿅 날리는 바입니다. 더불어 우리 어머니들의 수고로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남편 포함.. ^^;)이 사랑 듬뿍 담긴 도시락 먹고 큰 사람으로 자라서 아름다운 세상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시락 주머니를 마감하는 멘트로 너무 거창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