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에는 내내 집에서만 쓰거나 아줌마들을 위한 것만 만들다가 이번에는 아가씨를 위한, 게다가 맨하탄이 주 활동무대인 이 친구 걸 만들려니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멋을 좀 부려봤어요. 일단 손잡이와 가운데 부분을 누벼서 포인트를 줬구요, 바닥 모서리 부분을 돌리면서 주름을 잡아 봤어요. 자세한 건 만드는 과정에서 설명 드릴게요. 참, 이번에는 바닥과 옆선을 별도의 천을 붙여서 만들어 봤어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럼 만들어 볼까요. ^^
완성된 크기는, 가로 19", 세로 14.5", 옆 너비 4", 손잡이 17" 되겠습니다. 좀 커요. ^^; 그래서 손잡이는 일부러 길게 안했어요. 대신 가방 윗선을 좀 파서 길이를 더했어요.

이 옷감들 많이 익숙하시죠? ^^; 이제 거의 다 쓰고 작은 가방 한개 만들 정도 남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옷감들인데 정작 제것은 하나도 안만들어서 남은 걸로 뭐 하나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왼쪽이 안감, 오른쪽이 겉감이에요. 몸체 부분 각 두 장씩, 바닥과 옆선이 될 길다란 천 각 두 장씩, 안감에는 큰 주머니 두 장, 겉감에는 옆선에 붙일 주머니 두 장, 그리고 몸체 부분에 장식할 반달 모양 두 장 (사진에는 네 장으로, 안과 겉에 모두 붙일 생각으로 잘랐는데 나중엔 겉에만 붙여서 두 장만 썼어요.)

자, 이게 제가 또 처음 도전해보는 디자인 아니겠어요? 그러니 바느질 순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미리 만들어 둬도 되는 것 부터 시작했습니다. 바로 손잡이와 반달이. 손잡이는 일단 모양만 잡아서 박았어요. 반달이도 아랫선만 박았구요. 나중에 이 두 개를 같이 줄줄이 누빌 거예요.
곡선 박음질 하실 ㅤㄸㅒㅤ는 시접 너비가 1cm라고 하면 0.8cm 정도만 가위집을 내서 접으세요. 그래야 둥근 모양이 예쁘게 잡혀요. 밑에 사진이 있으니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이번에는 옆선과 바닥이 될 부분입니다. 사실 천이 여유가 있어서 두동강을 내서 다시 잇지 않아도 됐었는데 바닥에 빨간 박음질 뽀인뜨를 주려고 일부러 나눴다가 다시 이었어요. 사서 고생을... ^^;;;

안감에 주머니부터 붙이겠습니다. 가방이 크기 때문에 뭐 한번 넣으면 어디에 들어 있는지 모를 것 같아서 주머니를 한쪽은 세 칸, 다른 쪽은 두 칸으로 나눠서 박았어요. 왼쪽은 주머니 입구 부분이에요. 이렇게 두 번 접어서 박아줬구요, 오른쪽은 세 칸으로 나눈 주머니예요. 삼등분해서 드르륵~ 쉽죠. ^^ 반대편은 이등분해서 드르륵~

다음으로 몸체와 바닥/옆선을 붙여서 안감을 완성합니다. 이 작업은 이번에 처음이라 안감부터 시작했어요. 혹시 망치더라도 안으로 숨을 것이고, 한번 해 봤으니까 겉감할 때 좀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잔머리가.. 히... ^^;;;
일단 몸체의 바닥 부분을 정확히 이등분해서 바닥/옆선에서 박았던 부분을 맞춰주세요. 그리고 양쪽으로 죽 돌려서 시침핀으로 고정했다가 박으시면 돼요. 처음하는 거라 정신이 없어서 과정샷이 없어요. 미루어 짐작해 주세요. ^^;
오른쪽 사진은 모서리 부분을 찍은 건데요. 여기서 어쩔줄 몰라하고 그냥 쭈글쭈글 박았더니 이렇게 됐어요. 그래서 나중에 겉감할 때에는 아예 미리 접어서 박았더니 주름이 예쁘게 잡혔어요.

자, 이제 겉감 들어갑니다. 먼저 주머니부터 만들었어요. 옆선 양쪽에 각각 하나씩 붙였거든요. 왼쪽은 주머니 입구 부분이에요. 안감 주머니처럼 두 번 접어서 박았어요. 오른쪽은 옆선에 주머니를 붙인 사진이에요. 주머니의 위치는 겉감 몸체부분에 바닥/옆선 천을 둘러서 대강의 위치를 잡으시고, 정확한 위치는 바닥/옆선 천의 가운데 박은 부분으로부터 양쪽이 같도록 해서 시침핀으로 고정시켰다가 박으시면 돼요. 옆에 이렇게 주머니 달린 가방을 써본 적이 있는데 중요한 거 넣기엔 주머니가 좀 부실해서 주로 사탕 껍질, 코 푼 휴지 이런 거 넣었는데 참 좋았어요. 길에 뭐 절대 못버리는 지라... ^^;;;

이번엔 겉감과 바닥/옆선 부분 합체예요. 안감과 같이 바닥 가운데 부분과 몸체의 중앙부분을 먼저 맞춰 주시고 양쪽으로 돌려 주세요.
왼쪽 사진 보세요. 안감에서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 이번에는 모서리를 요렇게 접어서 박았더니 오른쪽 사진처럼 주름이 살짝 잡히면서 예쁘게 됐네요.

박은 후에 옆선에 달린 주머니예요. 왼쪽은 한번 박은 모습인데 이게 두리뭉수리해서 오른쪽처럼 한번 더 눌러 박았어요.

이번에는 반달이를 붙이려고 해요. 이 반달이가요... ㅜ.ㅜ 언제 어떻게 붙여야 할지를 몰라서 여러 번 여러 단계에서 시도했다가 다 실패하고 드디어 여기에서 제 자리를 찾았어요. 괜히 안하던 짓해서 고생한다고 다시는, never, ever 이러면서 박았다는... ^^;;;
일단 완성된 안감을 겉감 안에 왼쪽 사진처럼 넣어주세요. 자리를 완전히 잡으셨으면 시접 부분을 남기고 반달이를 붙여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윗부분 곡선을 박고 - 시접만 남기고 안감부분을 자르고 - 시접에 가위집을 내고 - 홀랑 뒤집어서 오른쪽 사진처럼 자리를 잡으시면 되겠습니다. 헥헥... 요게 쉽지 않았어요. - -;
아까 위에서 말씀드렸던 곡선 박음질에서 시접에 가위집 낸 거 여기에서 보세요. 왼쪽 사진을 보시면 시접부분에 가위집 낸 거 보이시죠. 바로 요렇게요. 곡선이 심한 곳에는 더 많이 내셔야 하고 평평한 곡선이면 드문드문만 내시면 돼요.
오른쪽 사진은 안감, 겉감, 손잡이까지 모두 붙여서 시침핀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에요.
아... 그리고 제가 안감을 넣는 가방을 만들 때는 안감과 겉감을 서로 고정시키지 않아요. 그래서 혹시 안감이 더러워지거나 털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안감만 죽~ 잡아 당겨서 털거나 빨거나 할 수 있게 말이죠. 생활의 지혜랄까 혹은 생활의 참견이랄까... ^^;

가까이서 보시면 요렇게... 왼쪽에 보시면 반달이랑 손잡이랑 안감이랑 자리를 잡아서 시침핀으로 고정시킨 것 보이시죠. 자, 이제는 가방 입구 부분을 박아주시면 돼요. 겉감보다 안감을 2mm정도 안으로 들어가게 해서 박아 주세요. 그러면 밖으로 안감이 밀려나와서 허옇게 보이는 불상사를 막으실 수 있어요. 뭐 이건 설명이랄 것도... 입구를 죽 돌려 박습니다.
그 다음 과정에서 시간과 공이 좀 많이 들었어요. 참!! 처음에 말씀드리면서 손잡이가 미완성이라고 했었잖아요. 왼쪽 사진 보시면 가방 입구 박음질하기 전에 손잡이를 여러 번 누벼서 장식을 했어요. 이 누빔은 반달이에도 똑같이 했구요. 그래서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반달이랑 손잡이랑 사이좋게 누벼져 있는 걸 보실 수 있어요.
남편한테 '이게 이 가방 뽀인뜨야' 했더니 '가방 메니까 팔 아래로 들어가서 뵈지도 않는데' 해요. 힝... ㅜ.ㅜ 그래도 뽀인뜨니까... ^^;

자, 이렇게 해서 완성됐습니다. 중간중간 일도 좀 있고 힘도 들고 해서 쉬엄쉬엄 했더니 이번엔 3일이나 걸려 겨우 완성이 됐네요. 아시죠. 저 하루에 끝나는 거 좋아하는 거... ^^
이 큰 가방에 악보도 담고(친구가 올겐을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에이스 크래커도 담고, 뉴욕은 밖은 덥지만 건물 안에 들어가면 추울 지경으로 에어컨을 빵빵 트니까 얇은 가디건도 담고, 자기 꿈도 담고, 희망도 담고, 기왕이면 신랑감도 확 보쌈해서 담고(서른 중반의 참한 아가씬데 이참에 중신 좀 부탁... 굽신 굽신..)... 그런 자기가 좋아하는 거 뭐든지 다 담는 가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친구야~ 가방 날아간데이. 가방 받으레이~
+
잘 받았다고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직접 전화를 못받고 음성 남긴 걸 들었는데... 울먹울먹하면서 메시지를 남겼더라구요. 한동안 몸은 바쁘고 마음은 지치고 너무 힘들었었는데 그러던 찰라 제 가방을 받아서 그 힘든 게 다 사라졌대요. 이런... 들으면서 같이 쿨쩍쿨쩍... ^.T